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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톰 행크스 자살을 거듭 시도하는 괴팍한 '오토라는 남자' 영화

by 씨네서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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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유명한 원작을 영화로 만든 작품.
명작 원작 소설에 톰 행크스가 만나 막강한 시너지를 낸 작품.
따뜻하고 유쾌한 감동이 스크린에 가득 펼쳐진다. 

줄거리

오토(톰 행크스)는 까칠하고 괴팍한 동네 '꼰대'다. 동네 주차 단속, 분리수거에 매일 같이 마을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사람들은 그런 오토를 '꼰대'라고 하고, 오토는 그들을 '머저리(idiot)'라고 부른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오토의 남모를 사정에 있다. 오토는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평생을 몸담아온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죽을 결심을 한다. 더 이상 살 희망이 없는 오토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데 매번 죽으려고 시도하는 순간,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이웃으로 이사 온 멕시코 출신 마라솔(마리아나 트레비뇨)이다. 

 

죽음과 사랑 이야기

오토가 죽으려는 진짜 이유는 죽은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죽어서 아내를 만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오토가 자살을 시도 할 때마다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과거 회상 장면으로 플래시백 된다. 오토가 죽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영화가 진짜 말하려고 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두 사람의 너무나 아름다웠던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오토 역의 트루먼 행크스와 부인 소냐 역의 레이첼 켈러

 

오토의 인생을 무지개빛으로 빛나게 만들어 주던 아내 소냐(레이첼 켈러)와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소개되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오토의 현실은 온통 흑백으로 변했다. 아내 없이 대하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무례하고 짜증스러운 사람들 투성이다. 

 

"소냐를 만나기 전 내 삶은 흑백이었어"

 

오토라는 남자가 고약한 노인이 된 건 아내를 덮친 불행과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과정에서 입은 상처 때문이다. 죽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등장하는 과거 영상은 하나씩 소개될 때마다 오토를 더 잘 이해하게 한다. 

 

꼰대와 어른의 기준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보이지 않던 오토는 공동체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오토가 자전거, 식기 세척기, 자동차 등 말썽을 일으키는 기계는 모두 수선할 줄 아는 맥가이버형 공대 남자인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오토는 여기에 있어야 할 건 여기 있어야 하고 저기에 있어야 할 건 저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예외가 없다. 집안에서도 집 밖에서 그렇게 행동한다. 자신은 남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데, 집 밖의 사람들은 자기 삶에 피해를 준다. 그래서 이건 이래서 이렇게 해야 하고 저건 저래서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하니, 사람들은 나이 많은 걸로 유세 떠는 거야 자기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이나 권위가 많은 걸 내세워 자기 사고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맞는 얘기를 했는데도 오토를 꼰대 취급한다. 나이 든 사람을 모두 꼰대로 몰아세우는 게 옳은 건가? 나이를 떠나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젊은 꼰대도 있다.

 

남들이 싫어하는 얘기라도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옳은 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다정함과 공동체

오토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었지만 그의 자살을 막는 건 결국 다정한 이웃의 관심, 특히 멕시코에서 온 이방인 마리솔의 역할이 컸다. 허무에 찌든 오토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준 건 바로 마라솔의 다정함이다.

마라솔 역의 멕시코 여배우 마리아나 트레비뇨

 

처음엔 마리솔과 그의 가족들이 성가신 침입자처럼 느껴지지만, 서서히 오토의 닫힌 마음을 열고 이웃이 되어가는 마리솔을 보고 있으면 동시대에 결여된 공동체 의식을 대변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의 다정함이 세상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삶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의 이유를 찾다

스웨덴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든 노년 세대에 대한 고민이 깊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쇠하고 누군가 돌봐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는 노인 세대가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은 없는지 공통의 사회문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다.   

 

오토는 세상과 단절하며 마음에 문을 닫으며 살고 있을 때는 자살 시도를 몇 차례 더하지만, 이민자 성소수자 독거노인 등 다양한 이웃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자살 시도를 미루게 된다. 오토는 까칠하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최근 미국영화에서 비평적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 에브링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더 웨일, 오토라는 남자까지 공통점이 있다. 가족과 이웃이라는 공동체가 단절되거나 분리된 현상을 주목하고 개개인의 다정함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를 향한 견해와 관점을 영화가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연진

톰 행크스와 아들 트루먼 행크스

이 영화는 미국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배우 톰 행크스가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하지 않았으면 미국에서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을지 의문이 드는 작품이긴 하다. 이미 2015년 <오베라는 남자>가 만들어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만큼 호평받기도 했다. 톰 행크스였기에 가능했던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그래서 더 호기심과 훈훈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톰 행크스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이자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현존하는 유일한 배우이다. 지금까지 선한 의지를 가진 인물을 주로 연기해 왔다. 꼬장꼬장한 성격과 고약한 기질의 오토를 톰 행크스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는 재미도 있지만, 주목해야 할 또 한 명의 배우가 있다.

톰 행크스와 아들 트루먼 행크스

 

오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트루먼 행크스이다. 그는 톰 행크스의 아들로 부자가 한 캐릭터의 일생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작은 톰 행크스의 아내 리타 윌슨이 맡았다. 이 정도면 가족 비즈니스 맞다. 

원작 '오베라는 남자'

스웨덴 남성 매거진인 '카페'에 글을 기고하던 프리랜서 작가였던 프레드릭 배크만은 오베라는 남성이 미술관에서 표를 구매하다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화를 냈다는 사건을 뉴스에서 읽고 영감을 얻었다. 

 

프레드릭은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능숙하지 않은 자신'이 오베라는 남자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오베라는 남자다'라는 제목으로 매사에 짜증을 부리는 사람에 대해 연재했고 그것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영화 내용은 소설과 비슷하다. 소설의 배경인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오베에서 오토로 바꿨다.

 

원작에서는 노인들을 시설에 격리하는 행정 절차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사회복지국 공무원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 만든 <오토라는 남자>는 '다이 앤 메리카'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 직원을 통해 노인 세대에게 위협이 되는 상황을 하나 더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시설로 모신다는 명목으로 부동산을 쉽게 매입하는 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자본가들을 꼬집고 있다. 

 

'A man called Otto' OST에서 'Til You're Home'

따뜻한 감동이 필요할 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여기에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OST 'Til You're Home(집에 갈 때까지)'까지 들으면 더 따뜻해진다. 마지막으로 오토의 다정한 이웃인 마라솔의 고향인 멕시코 음악 Ritchie Valens의 'La Bamba'를 들으면 즐겁기까지 하다.   

멕시코 음악 Ritchie Valens의 'La B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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