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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뜻과 줄거리 해석 리뷰 감독과 출연진

by 씨네서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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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니셰린의 밴시' 해석과 리뷰

 

이 단순한 이야기로 이토록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내다니 별 다섯 개를 드립니다. ★★★★★

 

"난 자네가 싫어졌어."
"어제까지 좋아했잖아요."

 

줄거리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 '이니셰린'에 살고 있는 '파우릭'(콜린 파렐)과 '콜름'(브렌단 글리슨)은 주민 모두가 인정하는 절친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펍에서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다정한 사이였다.

 

어느 날 갑자기, 콜름이 파우릭에게 절교 선언을 한다. 오랜 친구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파우릭은 콜름에게 찾아가 이유를 묻는다. 콜름은 "그냥 이제 자네가 싫어졌어"라며 자신을 가만 내 버려두라고 말한다.

 

콜름은 자기를 가만 놔두지 않고, 자꾸 말을 걸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 도대체 콜름은 왜 이러는 걸까?

 

파우릭이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할수록 갑자기 친구가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고 할수록 둘의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우정이 끝나는 것이 괴로운 파우릭과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우정을 끝내고 싶어 하는 콜름의 관계는 평온했던 섬마을 이니셰린을 흔든다. 

 

왜 절교 선언을 한 걸까?

하루아침에 절교 선언을 당한 파우릭은 인생 친구였던 콜름이 왜 갑자기 더 이상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마치 연인에게 일방적으로 버려졌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해 보인다.

'너 나를 좋아하기는 한 거야?' 

 

파우릭는 우유를 판 돈으로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수다 떠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당나귀도 집에 들일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었고, 마을에서 아무도 놀아주지 않는 약간 모자란 도미닉도 유일하게 챙겨주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파우릭의 순박한 다정함은 콜름에겐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다. 콜름은 파우릭에게 "너랑 잡담이나 하며 인생 낭비하기 싫다"라고 절교를 선언한다.

 

그는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에 대한 열망을 가진 예술가이다. 죽음을 생각하고 극심한 허무감에 휩싸인 콜름은 삶에 뭔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순박한 친구와 쓸데없이 수다나 떠는 것보다 영원히 남을 걸작을 작곡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 두 사람 중 누구와 동일시하며 볼 건지에 따라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영화는 먼저 절교당한 다정한 파우릭의 상처받은 마음에 공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단호하게 절교를 선언한 콜름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인생의 허무함을 절실하게 느끼고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을 뭐라도 남기고 싶은 실존적 자각을 하고 친구보다는 작곡에 몰입하겠다는 선택까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극단적인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욕심에 오랜 친구와 관계를 끊고 친절함으로 손 내밀던 다정함을 잘라내 버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더 나아가 이 극단적인 행동은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비유도 들어있다.    

 

배경이 되는 1923년 아일랜드 내전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아일랜드 내전'은 1922년부터 1923까지 있었던 전쟁이다. 영화에서는 본토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폭탄 소리와 검은 연기로 보인다. 

 

아일랜드는 1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전쟁 끝에 1921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조약을 맺으며 독립을 달성하게 된다. 그런데 이 조약에는 조건이 있었다. 영국의 왕이 아일랜드의 형식적인 국가수반 역할을 계속 유지하고 아일랜드 북쪽의 얼스터 주 6개는 여전히 영국 연방에 남는다는 조건이었다. 한마디로 완전한 독립이 아니라 조건부 독립이었다.

 

이 조약으로 아일랜드인은 둘로 쪼개졌다. 소모적인 전쟁을 멈추고 미래를 기약하자는 조약 찬성파와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약 반대파로 나뉜다.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우던 동지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해 버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빠져든다.

 

정치적인 분열로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적'이 되어버린 영화의 상황과 비슷하다. 한때 그렇게 다정했던 둘은 왜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걸까? 바로 각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가치나 의미를 위한 싸움이다.

 

콜름이 손가락을 자른 건 위대한 예술 작품을 남기겠다는 자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그 과정에서 파우릭의 다정하고 평온한 삶은 지루하다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결국 영화는 자기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위해 타인 삶의 의미를 무시하고 훼손하면서 친구였던 사이가 피 튀기는 투쟁에 이를 수 있다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분열된 두 사람 삶의 의미에 대한 평가나 아일랜드 내전 당시 갈라서게 했던 정치적 견해의 옳고 그름이나 역사적 사건을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삶의 의미를 부여한 가치를 위해 극렬히 싸울 수 있는 인간 본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니셰린의 밴시 뜻

이니셰린(Inisherin)은 영화에서 만들어 낸 아일랜드에 있을 것 같은 가상의 섬 이름이다. 밴시(banshee)는 아일랜드 민화에 나오는 구슬픈 울음소리로 가족 중 누군가가 곧 죽게 될 것임을 알려준다는 여자 유령이다.

 

콜름이 작곡한 노래 제목이 '이니셰린의 밴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맥코믹 부인이 파우릭에게 2개의 죽음을 경고한다. 예고된 죽음은 도미닉과 당나귀 제니의 죽음이다.

 

파우릭을 밀어내기 위해 모질게 자른 콜름의 손가락이 목에 걸려 제니는 죽게 된다. 도미닉은 다정함을 잃고 못되게 행동한 파우릭과 여동생 시오반이 섬을 떠나자 자기를 다정하게 대했던 사람을 모두 잃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다정함을 잃은 이니셰린에서 도미닉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 죽음의 원인이 마을에서 사라진 다정함이 원인이다.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종족인 인간이 선택한 성공적인 생존방식은 역사에 길이 남을 무언가를 위대한 유산으로 남기려는 피나는 노력이었을까? 그보다는 타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인 다정함이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영화는 묻고 있다.  

 

제작

마틴 맥도나 감독

아름다운 이미지, 훌륭한 연기, 웃음을 잃지 않으며 깊은 울림을 주는 관계에 대한 성찰까지 역시 마틴 맥도나는 이번에도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 2009년 <킬러들의 도시>로 데뷔 후, 2018년 아카데미에 7개 부문 노미네이트 2개 부문을 수상했던 <쓰리 빌보드>로 언론과 관객 모두에게 극찬받은 감독이다. 이 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마틴 맥도나 감독과 콜린 파웰

 

 

이 평범한 이야기 속에 소용돌이치는 갈등 상황과 그 속에서 잃지 않는 적절한 유머로 예측 불가한 이야기를 펼치는 마틴 맥도나의 영화는 최고의 몰입감과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아일랜드

'이니셰린의 밴시'는 시각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다. 아일랜드의 작은 섬 이니셰린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게 펼쳐져 이 한적한 섬에서 무슨 큰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가상의 섬 이니셰린을 만들기 위해 아일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여러 아름다운 섬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일랜드섬 풍경의 장엄함, 섬에서 보는 일몰, 폭풍이 오는 섬의 모습 등 아일랜드섬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은 영화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출연진

콜린 파웰

마틴 맥도나 감독의 첫 작품부터 함께 해온 페르소나 콜린 파웰은 <애프트 양> <킬링 디어> <더 랍스터>부터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사전> <토탈 리콜>까지, 할리우드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는 인간적이고 다정한 캐릭터 파우릭을 맡아 바보같이 순수한 인물을 연기한다.

 

매사에 걱정이 없는 해맑고 순박한 파우릭이 갑자기 절교당한 사람의 당혹스러움, 외로움, 슬픔을 때로는 '잠깐 지나가는 애정 싸움' 정도로 생각하고 한순간 밝아지는 표정으로 우정과 단절을 느낀 인간의 감정에 공감하게 하는 열연을 한다.

 

브렌단 글리슨

사색을 즐기고 싶은 남자로 착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보다 죽기 전에 무언가를 위대한 음악을 남기고 싶은 모든 일에 엄격하고 지적인 예술가 콜름 역을 맡았다.

 

배리 케오간 

도미닉 역의 배리 케오간은 동네에서 가장 다정한 손길을 기다리는 동네에서 가장 눈치 없고 악의 없는 인물로 나온다.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 도미닉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은 파우릭이였다.

케리 콘돈과 배리 케오간

 

수상보다 더 값진 영화

제7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 후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제8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제7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악상에 이르기까지 총 8개 부문 9개 후보에 노미네이트 올렸다. 

 

제95회 아카데미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부문을 수상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3파전을 예상했는데 아쉽게도 수상은 못 했다. 하지만 최고의 영화라는 사실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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