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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by 씨네서 2024.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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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뜨거운 여름 개봉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자, 이선균 배우의 유작으로 관객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다. 

 

 

영화 개요와 줄거리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제목만 들으면 왠지 북한이나 제3 국으로부터의 탈출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재난 탈출 블록버스터'이다. 영화는 2015년 실제 영종대교에서 발생했던 106중 추돌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제목 속 '탈출'은 재난 상황에서의 탈출을 의미하고,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또 다른 사건을 예고한다.

 

 

영화 속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정부가 비밀리에 진행한 생체실험 프로젝트로, 국방부가 청와대의 밀명을 받아 신형무기 개발을 위해 군사용 실험견을 실험해 왔다. 실험 실패로 폐기 처분 결정이 내려진 실험체 개들이 짙은 안갯속 다리 위에서 일어난 100중 추돌사고로 탈출하면서 무자비한 개들이 사람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재난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탈출을 시도하며 긴박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와중에 주인공 차정원(이선균)은 차기 대통령 대선을 노리는 안보실장(김타우)의 지지도를 올리려는 방책을 쏟아내며 정무적 판단으로 사고를 은폐하며 수습하려 애쓴다. 

인간의 오만이 재난을 낳기도 한다.
특히 '정무적 판단'이라는 인간의 오만은 재난을 재앙으로 만들기 쉽다.

 

배우들의 열연과 캐릭터 소개

이선균 배우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차정원' 역을 맡아 영화의 중심을 이끌며 사건을 해결한다. 차정원은 빠른 판단력과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딸을 해외로 유학 보내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재난 상황에 휘말리게 된 인물이다. 자신의 상관인 안보실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뛰어난 정무감각과 빠른 판단력을 가진 킹 메이커, 차정원

 

주지훈 배우는 레커차를 모는 '조박' 역을 맡아 영화에 유쾌함을 더한다. 조박은 건들거리는 말투와 함께 반려견을 챙기는 인물로, 영화 속에서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정우와 나왔던 <비공식작전>(2023)에서 착하지만 껄렁한 택시기사와 비슷한 이미지이다.  또한 김희원 배우는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이끄는 박사로 등장해 주인공들과의 갈등과 협력을 통해 예측 불가한 재미를 선사한다.

 

 

감독의 연출력과 특수효과

김태곤 감독은 김혜수와 마동석 배우가 나온 <굿바이 싱글>을 연출했고, <족구왕>의 각본도 썼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색다른 연출을 선보이며, 재난 상황 속 인간의 본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냈다. 감독은 20대 때 목포에서 서울까지 도보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어느 날 국도를 걷다가 들개 무리에 쫓긴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극도의 공포와 함께 이 개들이 어디서 왔을까 하며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로 발전했다고 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극도의 공포와 긴박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덱스터 스튜디오의 뛰어난 CG 기술은 영화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어 시각적 만족감을 높였다.

 

정무적 판단과 영화의 메시지

영화의 또 다른 키워드는 '정무적 판단'이다. '정무적 판단'이란 주로 선거 과정에서 전략을 짜고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자주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정무적 판단은 대개 자신에게 유불리를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라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다행히 자신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옳고 그름이 같은 맥락에 있다면 판단은 쉬워지지만, 이 두 가지가 대립하게 되면 결정권자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당장 우리 국민을 구해 와야 한다"와
"아직 때가 아니다"는 정무적 판단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가?

 

재난 상황이라는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을 한다는 건 자칫 무서원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재난을 촉발한 트리거가 정무적 판단이라면 정치인들에게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물론 사상자를 냈다면,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참 답답한 상황이 된다.)

 

 

주인공 차정원이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은 재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 정무적 판단은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며, 단순한 재난 영화에서 한층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로 만든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정무적 판단"보다 더 중요한 건 "원칙적 판단"이다.
정치인에게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시대정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정치에서 '정무적 판단'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
참모정치, 측근정치로 흐르며 부패하는 역사를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여름철 시원한 재난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제격인 작품이다. 이선균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강렬한 스토리와 몰입감 넘치는 전개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고인이 된 이선균 배우의 처음이자 마지막 재난영화로, 스크린에서 더 이상 그를 못 만난다고 하니 더욱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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