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활극과 스릴러 사이에 스펙터클한 장면까지 <데시벨>
1. 리더십이 탁월한 주인공, 강도영
초강력 태풍 제22호 민들레가 몰아치는 날,
잠수함 한라함은 림팩 훈련을 종료하고 귀항 중이다.
영화의 시작은 한라함의 부함장인 '강도영'(김래원)에 대한 뒷담화로 시작한다.
진짜 욕을 해야 뒷담화지, 손이 오글거리는 낯간지러운 칭찬 대사를 연발하는 코미디 장르로 문을 연다.
"하여간 잘생긴 형제들은..."
"어뢰를 함장님이 아닌 부장님(강도영)이 맞췄으니까"
"일도 설렁설렁할 것 같은데... 막상 작전 들어가면 인정사정없습니다."
"딱 보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고 유학파잖아"
딱, 우물씬이다. 예전 한국 영화에서 많이 쓰던 기법으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시각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
우물가에 모인 아낙네들의 대사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다.
림팩 훈련을 성공으로 이끈 부함장 강도영의 끝없는 잘난 척을 시전한 후,
한라함은 실종된다.(스산한 음악)
2. 사망자들이 왜 선미에 몰려있었나?
1년 후,
대한민국 해군의 간판스타가 된 전직 해군 중령 강도영은
놀이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라 테러 액션 영화였다.
'한라함, 잊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라는 주제 강연에 참석한 강도영은
"구조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하지만,
"기관실 격벽이 무너져 선미에 있던 승조원들은 모두 희생되었다.
왜 하필 선미에 사망자들이 몰려있었던 거죠?"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만다.
그 이유를 찾아 영화는 한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3. 폭발물을 막아라
첫 번째 폭발물은
한라함에서 살아남은 사람 중 한 명인 작전관 김유택 소령 집에 택배로 도착한다.
폭발물의 타이머가 작동하고 압력솥 추의 소리가 커지자
측정기가 반응하고 타이머의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다.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폭발하고 만다.
두 번째 폭발물은 놀이터에서 발견된다.
그 폭발물에는 강도영의 아내이자 폭발물 처리반 EOD "장유정 상사께" 보내는 쪽지가 붙어있다.
세 번째 폭발물은 국제 축구전이 벌어지는 축구장 VIP석이다.
여기도 데시벨 100 이상이면 타이머 시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
시합 중 골이 터지고 관중의 함성이 커지자 폭탄은 터지고 만다.
테러범이 노린 사람은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이다.
네 번째 폭발물은 수영장에 설치되어 있다.
폭발물에 부착된 액정 화면에 한라함에서 희생된 병사들의 사진이 차례로 뜬다.
테러범은 강도영의 딸 설영과 아내 장유정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다.
강도영이 사랑하는 가족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길 원한다.
4. 액션 활극과 스릴러 사이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걸 막으러 뛰어다니는 액션 활극과
폭발물을 설치한 이유를 찾으러 파고드는 스릴러 장르 사이에서
영화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영화는 폭발물이 도처에서 터지는 현실의 위기 상황에
1년 전 한라함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교차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현재 상황에 과거 사건을 교차로 끼워 넣어 보여줌으로써
초를 다투는 긴박한 액션극의 긴장감을 놓쳐버린다.
극의 중후반부부터는 액션 활극의 쾌감보다는
사건의 진실 파헤치기에 더 주력한다.
5. 트라우마, 치유되지 않는 상처, 선택에 관한 영화
"도대체 한라함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살아남은 자의 트라우마.
그때 선택의 순간을 지금 후회하는가?
한라함 생존자 중에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너무 큰 트라우마는 그들의 삶을 발기발기 찢어놓았다.
다시 그런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져놓는다.
6. 조용히 눈에 들어오는 배우
<데시벨>에서는 황영우 역을 맡은 이민기의 진중하고 신뢰감이 느껴지는 연기가 돋보인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보여준 염창희 역할과는 또 다른 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차영한(박병은)은
극적인 순간마다 뒷북을 쳐주는 역할을 한다.
극의 후반부에는 조력자로 변신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액션 활극은 인물의 행동을 잘 보여줘 극의 집중도를 높여야 하는 장르이다. 만약 <데시벨>이라는 제목에 맞게 폭탄을 막는 액션 활극을 더 강조하고 싶었다면 화면비율을 2.35:1 시네마스코프가 아닌 1.85:1 비율로 찍었다면 집중이 더 잘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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