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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선샤인 클리닝> 상실과 애도를 통한 성장 영화

by 씨네서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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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현장 청소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에 범죄 사건의 배후를 찾거나 거대 권력의 음모를 마주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선샤인 클리닝>은 각자의 인생에서 패배를 경험한 두 자매의 성장담이다. 범죄 현장 청소는 이 가족에게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내가 왕년에~

고등학교 시절 꽤 잘 나가던 치어걸 리더였던 로즈(에이미 아담스).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지만, 지금은 청소로 생계를 유지하는 싱글맘이다. 그녀 주위에는 엉뚱한 사고방식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아들과 야심만 크지 허황된 약속을 일삼는 아버지, 그리고 툭하면 회사에 잘리고 인생을 포기한 듯 사는 동생 노라(에밀리 블런트)가 있어 그들 뒤치다꺼리도 힘들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잘린 아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범죄 현장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한다. 동생 노라를 끌어들여 차린 청소회사 이름이 <선샤인 클리닝>이다. 두 자매는 피비린내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듯 열심히 핏물을 닦고 쓰레기를 치운다.

 

클리닝 해야 할 것들

왕년에 잘 나갔던 언니 로즈는 그때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잘나가던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는 남자와 적절하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고, 그 시절의 자기를 기억해 주는 동창과의 모임을 위해 현실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그는 '왕년에 내가~'라는 생각을 클리닝해야 한다. 

 

동생 노라는 너무 어린 시절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엄마에 대한 불완전한 기억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상실에 대한 상처'를 클리닝해야 한다. 

 

영화 <선샤인 클리닝>은 피비린내 나는 쓰레기 더미 현장을 청소하는 과정을 통해 잘 청산하지 못한 상처를 마주한 두 자매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주변의 쓰레기 더미를 모두 치우고 돌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의 화재 사건으로 가슴에 남은 기억의 응어리를 모두 불 싸지른 후 둘은 한층 성장하게 된다.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는 치유의 영화이다. 두 자매는 경제적 궁핍이 가져온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 현장 청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이 둘은 죽은 자의 흔적을 지우면서 빛났던 자신의 과거와 죽은 엄마의 흔적을 찾아 애도하며 떠나보낸다.  

 

어두운 삶에 스며드는 한 줄기 빛 - 선샤인

에이미 애덤스와 에밀리 블런트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영화. 이 두 배우가 겪는 일상의 힘겨움을 그리는 현실감도 좋았고 주변 배우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연기도 좋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힘이 되어 주는지 잘 보여준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진부함보다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로즈가 "나는 망할 놈의 루저야 I'm Fucking loser"라고 독백하는 순간까지도 연민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하지만 영화는 어느새 희망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 영화는 씁쓸하게 시작해서 따뜻하게 끝나는 영화다. 정리 되지 않은 과거로 괴로운 분들이나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되는 일도 없고 삶이 힘들어도 계속 가야 한다. 엉망진창인 인생이지만 살다 보면 있을 소소한 기쁨에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내 인생은 깜깜한 줄만 알았는데 작은 틈 사이로 햇살(선샤인)이 보인다. 행복은 아주 대단한 게 아니다.

 

애도 과정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적절한 애도 과정을 거쳐야 다시 온전한 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다. 로즈는 자기 과거의 찬란했던 순간은 이미 상실의 시대이고 애도를 통해 떠나보내야 하는데 아직도 과거에 연연하고 있다. 노라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상실을 경험하고 제대로 애도하고 떠나보내지 못했다. 

애도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애도 과정은 상실로 인해, 특히 가족과의 사별 때문에 극심한 인격적인 위기와 정서적 충격을 경험한 가족이 사별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경험하는 슬픔의 과정, 비탄 과정이라고도 한다. 남아 있는 가족 구성원이 고인과의 유대를 끊고, 고인이 없는 환경에 다시 적응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때 상실이나 죽음에 대한 비탄이 불충분한 상태 즉 불충분한 애도는 로즈와 로라와 같은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가족이나 개인이 부인하고 있는 것을 명확히 하고 그 비탄을 철저하게 맛보며, 거기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사별 가족의 애도과 정은 충격, 분노, 타협(죄책감), 절망(슬픔), 수용의 5단계로 설정한다.
첫째, 충격의 단계에서 사별 가족은 충격에 휩싸여 정신이 멍해지고 망연자실해진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 일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고인이 정말 떠나 버렸음을 믿기 시작한다. 이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 과정이 시작되고 지금껏 부정해 왔던 모든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둘째, 분노의 단계는 죽음을 막을 수 없었던 자신과 예기치 못한 상황에 화가 난다. 분노의 대상은 친구, 의사, 가족, 고인뿐 아니라 신도 포함된다. 분노 아래에는 소외되고 버림받은 기분이 숨어 있다. 

셋째, 타협의 단계에서는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가정 속에 자기 잘못을 발견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던 부분을 생각해 낸다. 타협은 흐트러져 있는 혼란 상태에 질서를 부여할 시간적 여유를 준다.

넷째, 절망의 단계는 타협의 단계를 지나면 현실로 관심이 이동한다. 이때의 절망은 피함으로써가 아닌 슬픔 곁에 앉아서 충분히 이 감정을 느낌으로써 회복할 수 있다.

다섯째, 수용의 단계는 이상 없다 괜찮다는 의미보다 고인이 떠나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현실이 살아내야 할 현실임을 인정하는 단계이다. 고인이 떠나 버린 새로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이 늘 순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각 단계에 머무는 시간이나 마지막 수용 단계에 이르는 시간은 개인별로 다르다. 

워던은 애도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를 4단계로 제시했다.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비탄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죽은 자로부터의 도움이나 우정이 없는 환경에 적응, 죽은 자를 향해 있는 많은 심적 에너지를 새로운 관계자에게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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