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리뷰

'해피 데스데이' 무섭고 유쾌한 루프 공포 영화

by 씨네서 2023. 7. 22.
반응형

숙취로 시작해 자기 죽음으로 끝나는 트리의 생일, 그런데 다음 날 트리는 또다시 숙취로 깨어나고 다시 살해되는 끔찍한 생일날이 매번 반복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마크드 원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연출했던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루프 슬래셔 공포 영화다. 생일날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받은 여대생의 끝나지 않는 생일파티를 그린 '해피 데스데이'. 공포 영화를 잘 못 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유쾌한 공포영화. 

 

 

※ 슬래셔 무비 : 공포 영화의 하위 카테고리 중 하나로 살인마가 등장해 여러 희생자를 덮쳐 신체를 난도질해 죽이는 잔혹한 내용의 공포영화

 

해피 데스데이는 17번 연쇄적으로 살해당하는 슬래셔 무비이긴 하지만, 살해당한 후 잠에서 다시 깨어나면 다시 살아있기 때문에 그다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줄거리 : 생일날 반복되는 죽음

트리(제시카 로테)는 금발의 예쁜 소녀로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여학생이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생일 축하 벨 소리에 잠에서 깬 그녀를 반기는 건 모태 솔로처럼 보이는 순진한 남자 카터(이스라엘 브로우사사드). 전날 술을 너무 마셔 잘 모르는 남자 학우인 카터의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고, 깨어나자마자 급하게 옷을 챙겨 입고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간다.

 

룸메이트인 로리(루비 모딘)는 생일 축하한다며 컵케이크를 주지만, 성격이 나쁜 트리는 컵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수업을 마치고 생일 파티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한 터널에서 대학의 마스코트인 엽기적인 가면을 쓴 사람의 습격을 받고 살해당하고 만다.

 

 

그러나 살해당하자마자, 트리는 죽지 않은 채 눈을 뜬다. 영화 시작과 똑같은 카터의 방에서 술에 취한 채 일어나고 모든 기억이 난 채 똑같은 대화와 사건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가 시작된다. 처음엔 악몽을 꾸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터널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간다. 그러나 파티장에서 같은 가면을 쓴 범인에 의해  또다시 살해당한다. 그리고 다시 카터의 방에서 깨어난다.

 

살해당하는 것을 피해 보려고 조금씩 다르게 살아보지만 결국 살해당하고 끝이 난다. 생일 단 하루에 갇혀버린 트리가 반복적으로 죽음을 겪는 일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과연 누가 날 죽이는 걸까? 

 

 

무한히 반복되고 있으니 무한히 기회가 있는 거 아니냐는 카터의 조언에 따라 용의자로 생각되는 사람을 전부 조사해서 진범을 찾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은 같은 시간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트리는 수없이 살해당하는 동안 범인을 잡기 위해 버스에 치이기도 하고, 칼에 찔리기도 하고, 야구 방망이에 머리를 맞기도 해 심각한 외상을 입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사의 말을 듣는다.

 

루프를 반복할 때마다 상처는 누적되어 루프의 횟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트리는 자기 상황을 카터에게 고백하고, 이건 그동안 자신이 해온 악행의 대가라며 후회한다. 그리고 그동안 못되게 굴었던 행동들을 하나씩 뜯어고친다. 카터와 생일 파티를 하면서 소원이 뭐냐고 묻자, 내일이라고 답한다. 그녀는 과연 자신을 죽이려는 범인을 잡고 무사히 영원히 반복되는 생일날의  타임루프에서 빠져나와 내일을 살 수 있을까?

 

유쾌한 루프 영화

공포영화 장르에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바로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피 데스데이'는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 트리가 죽으며 시작된다. 금발 여성을 끝없이 찾아와 무참히 살해하는 가면의 존재는 '스크림'을 떠올리게 하고, 무한 반복 재생되는 하루는 '사랑의 블랙홀'을 연상시킨다. 이미 익숙한 슬래셔라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의 특성이 있지만 무한 반복되는 타임 루프라는 설정을 합쳐 공포에 재미를 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루프 영화는 흔하고, 호러물에서 금발 여주인공이 나오고, 살해를 당하는 건 더 식상한 설정이다.  '해피 데스데이'에는 이 모든 게 나오는데 재밌다. 왜? 이 영화는 클리셰 비틀기 등으로 식상한 소재를 신선하게 보이게 하거나 장르적으로 치밀한 구성으로 만들면 흔한 소재도 재밌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특히 공포영화에서 금발 백인 여성은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할까 봐 소리를 지르고 도망치고 두려움에 떠는데, 트리는 자신이 죽는 패턴을 이해하고 학습하며 한층 더 강하게 발전해 나간다. 당하기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인마에게 맞서는 당당한 그녀의 모습은 통쾌한 사이다 같은 걸크러시의 매력을 선사한다. 

 

루프물이기에 가능하다. 대표적인 루프물에는 '사랑의 블랙홀', '엣지 오브 투모로우', 한국 영화로는 '하루'가 있다. 루프물은 특정 시간대가 반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잠을 자거나 죽으면 특정 시간대로 돌아간다. 루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만약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루프는 계속해서 반복해서 돌게 된다. 루프물 영화에서는 루프를 빠져나가기 위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루프 장르의 특징이다. 

 

트리도 루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17번의 루프를 돌면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의 비밀인 범인과 삶의 태도를 찾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과 힘을 총동원한다.   

 

 

초반부에는 전형적으로 성질이 나쁘고 행실도 좋지 않은 여대생으로 트리가 나오지만, 영화 말미에 이르러 주인공이 인과응보를 깨닫고 삶을 성찰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방문에 붙어져 있는 스티커에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루프에서 탈출한 트리는 내일이 있음을 감사하며, 내 인생의 남은 첫날을 맞이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해피 데스데이' 관객 반응과 흥행

유머와 속도감 있는 진행에 액션까지 가미되어 재미를 준다. 무섭고도 유쾌한 공포영화다. 무서운 장르를 잘 못 보는 관객들도 볼 수 있는 유쾌함과 공포감이 공존하는 독특한 색깔과 기존 공포 영화의 법칙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개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섬뜩한 쾌감을 선사한다.

 

 

480만 달러 저예산 영화로 개봉 첫 주부터 흥행 대박을 터트려 제작비 대비 20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대박 영향으로 2편도 만들어졌고, 2편인 '해피 데스데이 2 유'는 제작비 대비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제작

'해피 데스데이'를 만든 블룸하우스는 영화 제작자 제이슨 블룸이 설립한 제작사로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이다. 저예산으로 대박 히트 작품을 만드는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7년 '파라노말 액티비티'로 최초 제작비의 12,890배 이상을 벌어들여, 가성비 높은 호러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영화사. 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후 '겟아웃'으로 흥행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각본상과 평단의 지지도 받았다.

 

감독 크리스토퍼 랜던과 트리와 로리

 

블룸하우스에서 만든 영화 두 편이 2017년 좋은 성적을 냈는데, 제작비 대비 흥행 수익 63배 이상을 올린 '겟아웃'이 국내에서는 214만 명, 제시카 로테라는 관객에게 다소 낯선 배우를 원탑 배우로 세운 '해피 데스데이'가 138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호러는 사실 유명 배우가 나오지 않아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장르이다. 특히 작은 예산으로도 대중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이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면 창작적인 영화가 나올 수 없다."
- 제이슨 블룸

비용이 많이 들어간 만큼 대중적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는 계산이 개입하고 안전한 기획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와이드 릴리즈 개봉을 목표로 하지 않고 특정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독창적인 시도가 저예산이지만 재미있고 기발한 공포영화가 나오는 원천이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해피 데스데이'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