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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가여운 것들 : 여성 해방의 기괴한 여정

by 씨네서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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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여운 것들 >(Poor Things)은 독특한 설정과 기발한 연출로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이 영화는 사회적 담론과 독창적인 미장센, 엠마 스톤의 열연을 통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줄거리 및 배경 : 여성 프랑켄슈타인의 성장담

영화 <가여운 것들>은 엠마 스톤이 연기한 '벨라 백스터'라는 캐릭터의 성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국 런던의 템스 강에 만삭의 귀족 여인이 투신한다. 그 여인은 숨만 붙은 채 갓윈 박사에게 보내진다. 갓윈 박사는 배 속 아기의 뇌를 만삭 여인에게 이식해 그녀를 되살리고 벨라라는 이름으로 새 인생을 살게 한다.

 

 

성숙한 여인의 몸에 아기의 뇌가 이식된 벨라는 순수한 시각으로 세상을 탐험하면서 성적, 정신적 성숙해 간다. 이는 빅토리아 시대의 성적 억압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저항에도 편견 없이 세상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 시대의 억압을 드러내려는 설정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는 영국의 가장 금욕적인 시기이자 성적 억압이 강하게 작용했던 시대로, 그 시대의 사회 구조와 그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위치를 풍자적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벨라의 여정은 그저 개인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여성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및 배우

벨라 백스터 (엠마 스톤): 성인의 몸을 가지고 태아의 뇌를 이식받아 재탄생한 여성. 영화 속에서 벨라는 천진난만함에서 출발해 점차 세상과 자신의 욕망을 깨닫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나간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벨라를 연기한 엠마 스톤은 이번 작품으로 <라라랜드>에 이어 그녀의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갓윈 백스터 (윌럼 데포): 벨라를 재탄생시킨 미치광이 과학자. 이름부터 신(God)과 진화학자인 다윈을 합친 듯한 이 캐릭터는 벨라에게 창조주이자 보호자이며, 동시에 그녀를 억압하는 존재로 나온다. 윌럼 데포는 이러한 복잡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

 

 

덩컨 웨더번 (마크 러팔로): 벨라와 여행을 떠나며 그녀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변호사. 그는 벨라에게 자유를 약속하지만, 결국 또 다른 억압의 형태로 작용한다. 여성의 성을 탐닉하는 존재로서 성용과 소유의 대상으로만 벨라를 바라본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을 점점 깨달아가며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려는 벨라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마담 스위니 (캐서린 헌터): 사창가의 포주로, 여성의 삶과 성에 대한 냉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몽상가는 세상을 바꿀 수 없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직접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인간과 세계를 몸소 충돌시켜 양쪽 모두를 변화시키는 인물로 나온다.

 

영화의 메시지와 상징성

영화 <가여운 것들>은 여러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여성의 해방, 성적 억압, 계급 및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영화 전반에 걸쳐 표현되며, 벨라의 여정을 통해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억압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흑백과 컬러의 전환은 벨라의 내적 성숙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덩컨, 갓윈, 알프레드 등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려는 사회적 구조를 반영한다.

 

원작 소설과 작가 엘러스데어 그레이

원작자인 엘러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저명한 작가로, 그의 대표작인 소설 책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1992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서간체 형식과 회고록 스타일로 전개되며, 영국 제국주의와 남성성, 계급 사회의 억압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설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문제들을 풍자하고 비판한다. 특히, 여성의 억압과 성적 자유의 문제를 다루며, 기괴한 방식으로 인류 역사의 발전과 여성 해방을 논하는 이중적인 이야기를 그려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2009년에 이 소설을 접한 후, 영화화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다. 감독은 직접 스코틀랜드로 가서 엘러스데어 그레이를 만나 프로젝트를 논의했으나, 작가는 2019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여운 것들』은 그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로 남게 되었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독창적 비전의 영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197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난 독특한 영화세계를 펼치는 영화감독으로, 그리스 영화 학교에서 공부한 후 광고와 영상 제작을 통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2005년 장편 <키네타>로 주목받았으며, 그의 독창적인 스타일은 2009년 영화 <송곳니>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송곳니>는 외부와 단절된 가족을 중심으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비판한 작품으로, 억압, 독재, 공포, 근친상간 등의 요소를 포함해 충격적인 내용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2015년 작품 <더 랍스터>는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하는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며, 인간 관계와 사회의 기대를 비꼬는 독특한 세계관을 제시했다. 또한, 2018년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는 영국 왕실 내부의 권력 투쟁과 계급 사회의 냉혹함을 탁월하게 묘사하여, 계급과 권력의 문제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선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란티모스는 항상 상상력을 자극하는 실험적 연출과 상징적이고 우화적인 설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가여운 것들>에서도 그의 특유의 연출 스타일과 상징적인 캐릭터 묘사가 돋보인다.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또 다른 도전이자, 그가 앞으로 보여줄 작품 세계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

<가여운 것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인 연출과 사회적 담론을 엮어낸 걸작이다. 영화의 상징성과 엠마 스톤의 강렬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기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여우주연상, 의상상, 미술상, 분장상 4개 부문을 수상한 이유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아직 못 봤다면 꼭 한 번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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