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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가족이란 무엇인가 – 영화 <장손>이 던지는 질문

by 씨네서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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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 줄거리

제삿날, 오랜만에 3대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그런데 이번 만남은 그리 순탄치 않습니다. 가족들이 미묘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일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두부공장 때문이죠.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장손 성진(강승호)이 공장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긴장감이 흐르죠. 그동안 성진은 장손으로서의 책임과 부담을 짊어지며 살아왔지만, 더는 가족의 밥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죠. 갑작스러운 이별이 가족을 덮치며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가족 간의 오랜 감정적 골이 드러나고, 얽히고설킨 갈등은 극에 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70년간 숨겨져 있던 대가족의 비밀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나죠.

핏줄과 밥줄로 묶인 가족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장손 뜻 : 한 집안에서 맏이가 되는 후손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주제인 ‘가족’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영화 <장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가족의 개념을 새롭게 풀어내죠.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세대 간 갈등, 숨겨진 비밀, 그리고 시간이 쌓아온 상처들이 얽혀 있습니다. <장손>이 그려내는 가족은 더 이상 전통적인 유교적 질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영화는 질문합니다.

‘우리는 가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장손의 무게, 세대의 충돌

 

영화의 주인공 성진은 장손이라는 타이틀을 물려받았지만, 그것이 그의 삶을 쉽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장손으로서의 책임은 그에게 짐처럼 느껴지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그의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꿈과 갈등하게 됩니다. 여기에 얽혀 있는 건 단순히 개인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성진의 고민은 바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세대 간의 충돌이자, 대한민국이 겪어온 급격한 변화의 축소판입니다.

'두부' 같은 '가족'
이 영화에서 '두부'는 '가족'에 대한 은유이다.

'두부'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너무 쉽게 부스러지고 상해버리기 쉽다.

 

두부 공장집 장손 김성진(강승호)

 

계절이 말해주는 감정의 흐름

감독은 계절의 변화를 통해 가족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여름의 활기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차분해지고, 겨울에 이르러서는 가족의 갈등이 깊어집니다. 이 계절의 변화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죠. 특히 할아버지 승필의 퇴장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맞물려 세대의 퇴장을 상징하며, 영화의 여운을 더합니다.

 

웃음 속에 담긴 비극

<장손>은 장례식과 제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그 속에서 뜻밖의 유머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이 터져 나오는 와중에도 우리는 웃음을 찾게 되는데, 이 유머는 오히려 슬픔을 더 깊이 느끼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마치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 속에서 슬픔을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의 고통을 유머로 풀어냅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서사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대한 서사적 틀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나 오즈 야스지로의 <꽁치의 맛>처럼, <장손>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조망합니다. 가족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 대한민국 근현대사가 녹아 있으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변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가족 서사 독립영화, 그 새로운 도약

<장손>은 대규모 상업 영화와 달리, 감독의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응축된 작품입니다. ‘웰메이드 인디버스터’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영화의 완성도가 높죠. 오정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어우러져, 가족 서사를 그리는 독립영화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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