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작품은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역사와 군국주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기존 지브리 스타일과는 다른 복잡한 서사를 담고 있다. 그 안에는 깊은 감정과 곳곳에 메시지가 숨어 있어, 영화에 숨은 상징을 해석하면서 이 영화의 매력을 탐구해보려 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2023
- 개요 : 모험, 판타지, 애니메이션, 일본, 124분
-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 등급 : 전체 관람가
줄거리 🌌✨
1940년대 일본, 소년 마히토는 태평양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한다. 전쟁으로 소중한 어머니를 잃는 아픔을 겪고, 아버지와 함께 도쿄에서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된다. 시골에서 마히토는 새엄마 나츠코와의 관계가 서먹하고,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그는 전쟁이라는 국가적 혼란과 어머니의 죽음과 이모를 어머니로 받아들여야 하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내면의 불안과 고독을 숨기며 살아가다가 신비로운 존재인 '왜가리 남자'를 만나 판타지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마키 마히토: 너 정체가 뭐야? 평범한 왜가리가 아니지?
왜가리 남자: 아무래도 오랫동안 기다렸던 분이 나타난 것 같군요. 제가 모친께 안내해 드리죠.
마키 마히토: 모친? 웃기지 마. 우리 엄마는 돌아가셨어!
왜가리 남자: (웃음) 인간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죠.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실례지만 당신은 모친의 시신을 못 봤죠? 모친은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가리 남자는 마히토에게 어머니가 살아있다고 말하며 그를 아래 세계로 인도한다. 마히토는 아래 세계에서 모험을 통해 두려움과 마주하고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용기와 사랑의 의미를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마히토는 잃어버린 가족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전쟁 속에서도 다시 시작하는 마히토의 선택을 보여주며, 영화는 관객에게 우리 세대는 이렇게 살았어! 그런데 이제 그대들은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
영화 속 상징 해석
탑과 아랫세계
마히토가 도쿄를 떠나 시골 저택으로 가는 현실 세계와 아랫세상의 환상적인 세계는 영화의 두 축을 이룬다.
영화 속 탑과 아랫세계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히토가 내려간 바다 세계는 사후 세계이자 아름다운 지옥으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이 탑 입구에 적힌 문구는 fecemi la divina potestate(라틴어로 "나는 신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로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문구이다. 이 입구부터는 현실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일본 역사, 특히 메이지 유신과 제2차 세계 대전의 폐전을 은유적으로 다룬다. 영화 속 탑은 일본의 근대사와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해석되며, 탑의 기원에 대한 두 가지 견해는 일본의 상반된 시각을 대변한다. 첫 번째 견해는 "탑은 너무 똑똑한 조상이 만든 것"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지혜와 지식을 상징하고, 두 번째는 "탑은 하늘에서 떨어진 돌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외부의 영향으로 일본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기원 이야기는 메이지 유신 직전의 일본이 서양의 영향을 받아 근대화와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된 과정을 반영하며, 탑이 세워지는 과정에서의 희생은 일본의 전쟁과 고통을 상징한다.
일곱 할머니: 아이들을 지키는 상징적 존재
마히토를 지키는 일곱 할머니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연상시키며, 어린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보호받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들은 마히토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를 지켜주는 존재로, 감독의 모성에 대한 염원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들은 단순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아이들이 그 고마움을 알아챈다면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잉꼬새와 펠리컨: 인간의 욕망과 문명
영화 속 잉꼬새들은 인간을 모방하며 살아간다. 앵무새 대왕은 나치 집회를 연상시키며, 무솔리니와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 지도자들을 은유한다. 그는 큰 할아버지의 권력을 찬탈하려 하며, 이는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천황을 앞세워 권력을 잡고 제국주의를 극단적으로 몰아갔던 과거를 상징한다.
펠리컨은 새로 태어난 아이가 나는 법을 잊었다고 말한다. 이는 문명과 욕망이 인간을 날지 못하게 하고 본질적으로 추악한 존재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과 자유를 다시 회복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성장과 모성을 통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이번 작품은 전쟁의 불안 속에서 자신을 찾고 성장하는 주인공의 과정을 그리며,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모성의 두 가지 측면이 중심이 된다.
주인공 마히토의 새엄마이자 이모인 나츠코는 그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지만, 두 가지 모성이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첫 번째는 병약하지만 강인한 모성으로, 감독의 실제 어머니 미코를 반영하며 주인공 히사코를 통해 표현된다. 두 번째는 불꽃처럼 목숨을 거는 모성으로, 히미를 통해 드러난다. 이 두 모성의 조화는 영화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
영화는 마히토가 모험을 통해 자신의 상처와 가족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마히토는 나츠코를 구하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를 통해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 이는 마히토의 성장과 변화를 상징하며 그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메시지: 삶의 작은 답을 찾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번 영화는 큰 메시지나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보다는, 각자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신의 인생과 꿈, 환상을 담아내며, 관객들이 마음을 움직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속에서 마히토는 다양한 경험과 선택,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결국 조금 더 성장해서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감독의 어린 시절과 연결되며, 성장과 회복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추상적이고 생략된 표현: 엇갈리는 평가
이번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추상적이고 생략된 표현이 많아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관객이 각자의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개인적인 해석을 통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발견하기를 원한다.
기승전결이란 형식에서 벗어난 용감 한 작품이다.
(그냥) 인생의 단맛, 쓴맛, 사랑, 아름다움을 전부 담았다.
-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마무리 –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당신들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와 깊은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삶과 죽음, 성장과 상처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추상적이고 생략된 표현이 많아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만큼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이 영화는 감독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며, 그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감독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마디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을 다룬 '자전적 판타지'이다. 그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며, 깊이 있는 스토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이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영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를 추천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잃어버린 것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로, 주인공이 잊혀진 문을 열며 펼쳐지는 신비로운 여행을 다룬다. 이 영화 역시 삶의 의미와 선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미야자키 감독의 최신작과 주제적으로 잘 연결된다.
어린 소녀가 신비로운 미로에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성장이라는 주제로 연결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미로>도 추천!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어드벤처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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