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진실"**이라는 주제 아래,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31년 만의 신작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영화와 인생의 유한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사유하게 한다. 22년 전 실종된 배우를 추적하는 노년의 영화감독 미겔의 여정은 단순한 탐사물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영화 그 자체를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메타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Close Your Eyes
- 개요: 드라마, 스페인, 아르헨티나, 169분, 2024
- 감독: 빅토르 에리세
- 출연: 아나 토렌트
- 카이에 뒤 시네마 2023 올해의 영화 2위 & 이동진 2024 외국영화 TOP10 1위
1. 사라진 배우와 잊힌 영화
<작별의 눈빛> 촬영 도중 주연배우 홀리오가 갑자기 사라진다. 22년동안 나타나지 않은 그에 대한 무성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그 영화의 감독이자 홀리오의 절친이었던 미겔은 실종된 친구이자 배우 훌리오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미완성 영화 <작별의 눈빛>을 직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추적극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영화의 본질을 질문하는 메타적인 차원으로 발전한다.
2. 기억의 고고학과 영화의 정령
"삶으로 예술을 완성할 줄 몰랐다"
미겔의 여정은 단순히 훌리오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행위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조각상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상처럼, 과거와 현재, 픽션과 현실을 동시에 품는다. 훌리오의 기억 상실과 미겔의 탐구는 영화가 본질적으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매개체임을 상기시킨다.
3. 빅토르 에리세: 기억과 시간을 엮어내는 영화의 장인
"영화의 존재를 탐문하는
(감독 자신의) 자기 반영적인 결과물"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빅토르 에리세라는 감독의 독창적인 철학이 빛나는 영화다. 에리세는 영화라는 매체를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로 보지 않고, 시간을 재구성하고 기억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그의 전작 <벌집의 정령>(1973)이나 <남쪽>(1983)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관객을 더 깊은 사유로 초대한다. 에리세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서정적인 연출을 통해 영화의 유한성과 기억의 무한성을 대비시키며, 관객에게 영화 자체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특히,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눈을 감는" 행위는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를 상징한다. 에리세는 이런 독창적인 접근으로 영화를 단순한 내러티브를 넘어선 철학적 예술로 승화시킨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1992년에 만든 <햇빛 속의 모과나무> 이후 네 번째 영화이다. 감독의 자화상과 같은 영화 속 감독 미겔은 유명 배우와 찍던 영화가 중단된 후 남은 변변치 않은 경력과 아픈 상처로 영화를 외면하며 도망치듯 물고기를 잡으면 살지만, 결국 홀리오(영화)를 착기로 결심한 영화이다.
물론 찾아도 실패한 인생을 되돌리기 위함이 아닌 건 명백하다. 에리세 감독은 과연 무엇을 찾으려 한 걸까?
4. 메타영화로서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
"20세기 메타영화의 끝을 예견하는 영화"
이 작품은 단순히 실종된 배우를 찾는 이야기를 넘어, 영화란 무엇인지 묻는다. 빅토르 에리세 감독은 영화 매체의 유한성을 직시하며, 필름의 죽음 이후에도 영화가 어떻게 관객과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영화의 존재론을 묻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메타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 제작 과정, 관객과의 관계를 스스로 성찰하며 이야기 안에서 영화 자체를 주제로 다루는 영화이다.
5. 마지막 장면의 함의
"영화의 운명에 관한 영화"
영화의 엔딩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훌리오가 눈을 감는 마지막 장면은 기억과 영화가 관객의 마음속에서 재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영화가 단순히 스크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록 영화는 죽어가고, 관객은 눈을 감고 있지만, 이 빛이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는 목격자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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