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제76회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와 사운드트랙 상을 수상하고,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국제영화상과 음향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몰입감 있는 음향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나치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의 일상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냉정하게 그려낸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4
- 개요 : 드라마, 미국, 영국, 폴란드, 105분
- 감독 : 조난단 글래이저
- 출연 :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 평범한 일상 속의 악마
영화는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와 그의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에서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들의 집은 아름다운 정원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지만, 바로 담 너머에서는 끔찍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악의 본질을 탐구하며, 유대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비명 소리와 굴뚝의 연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참상을 드러낸다.
홀로코스트 영화의 새로운 접근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등 기존의 홀로코스트 영화들은 주로 피해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감정적 울림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가해자인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대인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나치 가해자들의 일상과 그들의 무감각함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악의 진부함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뜻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라는 제목은 독일어 'Interesse' 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나치 독일이 아우슈비츠와 그 주변 지역을 가리킬 때 사용한 용어이다. '관심 영역'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 독일어 'Interesse'는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금전적 이득을 의미한다. 나치는 아우슈비츠 주변 지역을 몰수하고, 그 땅을 포로들을 이용해 농업 생산지로 만들었다. 영화의 제목은 이러한 이득을 위해 잔혹한 현실을 무시하는 독일인들의 모습을 상징하며, 그들의 비인간적 행위를 중의적으로 표현한다.
악의 평범성
영화는 루돌프 회스가 가족에게는 다정한 가장으로 묘사되는 모습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다. 그는 애완견을 돌보고, 라일락을 꺾은 병사를 처벌하며, 강아지를 귀엽게 쓰다듬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가 저지르는 학살의 참상은 가정의 평온함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 영화는 가해자의 위선적이고 괴리된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무관심과 무감각함을 드러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얼마나 쉽게 잔혹한 행위에 눈을 감는지를 보여준다.
침묵 속의 잔혹함, 파괴의 울림
영화에서 가장 탁월한 요소 중 하나는 음향이다. 평화로운 가정의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들려오는 수용소의 비명과 발포음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서 들려오는 음향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되며,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잔악한 행위를 응축한 듯한 압도감을 준다. 이러한 사운드 디자인은 '존니 번(Johnnie Burn)'이 맡았으며, 이는 영화가 음향상까지 수상한 이유로 꼽힌다.
외화면의 긴장감: 보이지 않는 잔악함
영화는 잔혹한 장면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외화면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매우 강렬하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 불기둥, 검은 연기 등은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는 뚜렷하게 인식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에게 잔악한 현실을 계속해서 압박감으로 전달하며, 보이지 않는 공포를 극대화 한다.
가해자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다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는 아우슈비츠 박물관의 자료와 생존자들의 증언을 철저히 분석하며, 이 영화를 통해 대량 학살범의 일상을 탐구했다. 그는 "대량 학살범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가해자의 일상 속에 내재된 악을 담담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악의 평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결론: 악의 평범성을 응시하는 새로운 시각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홀로코스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가해자의 일상과 그들의 무관심 속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차갑게 응시한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정교한 연출과 음향 디자인, 그리고 강렬한 미장센은 관객들에게 인간의 무관심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뚜렷하게 전달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홀로코스트 영화가 아니라, 악의 평범성을 탐구하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눈을 돌리는 참상을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함께 보면 좋을 영화 : 추락의 해부
제7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와 같은 해 심사위원상을 받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 두 작품 모두에서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다. 두 영화에서 완전히 다른 색깔의 뛰어난 그의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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