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의 색다른 변주
영화 아노라는 낭만적인 러브스토리처럼 시작하지만, 우리가 익숙히 아는 동화와는 결이 다른 색다른 전개로 이어진다. 션 베이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가 갑작스레 철부지 러시아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던 미래는 순탄치 않으며, 진정한 사랑과 성공을 꿈꾸던 그녀의 여정은 현실의 벽과 마주하며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급발진한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아노라는 션 베이커 감독이 그동안 선보여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따스하고도 직설적으로 담아낸 새로운 시도이다.
아노라 Anora 정보
- 개요: 드라마, 코미디, 미국, 139분
- 감독: 션 베이커
- 출연: 미키 매디슨, 마크 아이델슈테인, 유리 보리소프
-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청소년 관람 불가로 등급이 매겨진 아노라는 상영 전부터 기대와 궁금증을 자아냈다. 상영관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으며,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이길래?’ 하는 궁금증이 더 증폭됐다. 영화가 시작되고 약 40분 동안은 '부기 나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성산업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신분증 검사를 할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수위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며, 주인공 아노라가 꿈꾸던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도전을 보여준다.
줄거리: 신데렐라 판타지 풍자한 블랙코미디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성 노동자에게 이 영화를 헌정한다."
-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에서
뉴욕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아노라(미키 매디슨)는 러시아 재벌 아들인 이반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혼 후 이들의 삶은 화려한 여행과 사치로 가득 찬 새로운 현실 세계가 펼쳐지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반의 부모가 그들의 결혼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전환되고, 아노라는 진정한 자신을 찾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노라 뜻
아노라는 여자주인공의 진짜 이름이다. 그녀는 영화 내내 아노라가 아닌 애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그녀는 애니라는 가명으로 재벌 2세 이반을 만나 충동적인 '사랑'을 믿고, 허황된 신분 상승을 꿈꾸며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재벌인 이반 부모가 3명의 하수인을 시켜 결혼 무효 소송을 진행하려 하자, 애니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발악한다. 하지만, 영화는 결국 애니에서 아노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대반전이자 따뜻한 선물 같은 결말로 끝을 맺는다.
션 베이커 감독의 사실적 연출과 색다른 매력
"성 노동 산업엔 오직 낙인만 있을 뿐,
이들의 삶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 션 베이커 감독 인터뷰에서
션 베이커는 그동안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 등 평범한 인물들의 삶을 사실적이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감독이다. 영화 '아노라'에서도 성노동자를 향한 베이커 감독 특유의 다큐멘터리적 연출이 빛을 발하며, 주인공 아노라의 내면과 삶의 현실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한편, 영화는 고화질 35mm 필름으로 촬영되어 아노라가 살아가는 세계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감상평: 현대판 부기 나이트의 여성적 시각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가 존재할 수 없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
& 성 노동자에 대한 편견의 절묘한 결합
아노라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였다. 초반 40분 동안 보여지는 성산업의 현장은 비슷하지만, 이후 영화는 아노라의 감정적 성장과 현실 속 고군분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대판 여성 신데렐라 이야기’라 부를 만한 이 작품은 꿈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성 노동자 여성의 서사를 통해 차가운 현실을 따뜻한 시선으로 탐구한다.
왜 영화 '아노라'를 봐야 할까?
진솔한 연기
미키 매디슨의 연기는 아노라의 감정과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사회적 풍자와 유머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영화는 ‘현대판 신데렐라 판타지’를 반전적으로 조명하며, 사랑과 사회적 기대가 얽힌 복잡한 관계를 유머러스하게 비꼬고 있다.
션 베이커 특유의 현실주의
가감 없이 삶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베이커의 연출은 이번 작품에서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진정성 있는 연출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마무리하며
아노라는 사랑과 꿈, 현실의 벽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성 노동자 여성의 이야기는 한 편의 깊이 있는 일기와도 같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현대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202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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